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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성장 줄여 주주 위해 자본 써달라” [PEOPLE]

작성자 Align Partners

작성일 2024.04.15

‘철옹성’ JB금융 이사회 뚫은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24.04.05 16:03:01
  • 최종수정 : 2024.04.05 16:03:02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곳은 JB금융지주다. 국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과 JB금융은 주총 전부터 장외 소송전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주총 결과는 얼라인 측의 ‘절반의 성공’으로 일단락됐다. 얼라인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2명(이희승·김기석)이 새 사외이사로 낙점되면서 대주주·경영진 중심 이사회를 견제할 동력을 확보했다. 표 대결에서 열세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집었다. 얼라인이 JB금융 이사회를 향한 간접적 통제력을 확보하면서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이 높아졌다.

행동주의펀드 주주제안으로 ‘철옹성’ 같은 금융지주 이사회가 뚫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라인 측 인사가 JB금융 이사회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중투표제 덕분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수만큼 의결권을 복수로 부여하는 제도다. 2명을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당 2표를, 3명을 선임할 경우 3표를 쓸 수 있다.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대주주를 견제할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최근 여의도 IFC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현저히 저평가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산 성장 대신,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인 자본 활용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자본 재배치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JB금융을 상대로 비공개 대화 등 지속적인 주주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이 수월하도록 정관 변경 시 대주주 의결권 ‘3% 룰’이 적용되는 상장사 기준을 현행 자산 2조원에서 5000억원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Q. 이사회를 향해 우선적으로 강조할 이슈는.

A. 이사회의 주된 역할은 경영진이 주주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얼라인 주주제안으로 이사회에 입성한 이사들이라도 얼라인이라는 특정 집단 이해관계만 대리해서는 안 된다. 회사와 전체 주주 이해관계를 정렬하고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가령, 자본 배치나 주주환원 정책 개선 등으로 그동안 경영진 대비 비대칭적인 관계에 놓여 있던 소액주주와도 이해관계가 일치하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얼라인도 이사회를 상대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겠다. 현저히 저평가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산 성장 대신 주주환원 정책을 위한 자본 활용을 늘려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주총에 앞서 논란이 됐던 핀테크 업체 핀다 보유 상호주 이슈의 재발 방지도 요구할 것이다.

Q. 2명의 이사들로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A. 2명의 사외이사만으로는 표결 결과를 뒤집기 힘들다. 그럼에도 지배구조 선진화, 투명화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재 JB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는 이사 연임과 임기 연장 등을 현 경영진이 결정하는 폐쇄적 구조다. 경영진 감시를 위한 막대한 대리인 비용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이사회 독립성 훼손을 피할 수 없었던 배경이다. 이번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이사들은 경영진과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사회에서 자유롭고 건설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실질적으로 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사회에서 오간 대화는 주주들이 열람할 수 있는 이사회 의사록으로도 남는다. 다른 이사들도 의견 대립이 첨예한 이슈에 대한 의사 결정이나 발언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Q. JB금융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대목은.

A. 저평가 현상에 대한 인식이다. 현재 JB금융 주가는 어떤 재무지표로 봐도 압도적 저평가다.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는 0.5배를 밑돌고 PER(주가수익비율)로 봐도 5배가 안 된다. 다른 금융지주는 극심한 저평가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출 성장률을 줄이는 대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 여유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속도와 각론에 이견이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JB금융이 한국 증시에서 은행이 적정 가치를 평가받기 매우 힘들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JB금융의 현저한 저평가 상태 해소를 위해 대출 성장 대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얼라인의 일관된 입장이다.

Q. 해외 LP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A. 아직은 전체 자금 중 90% 정도가 국내 투자자지만, 해외 LP(유한책임투자자)로부터 일부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사모펀드 특성상 상세한 규모나 투자금 출처를 공개할 수 없지만, 북미 쪽 기관 투자자 자금 유치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국내서도 펀드레이징이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고 홍콩,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등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다. 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아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IR을 하지 않아도 문의가 꾸준히 올 정도로 한국 시장과 기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Q. 향후 주요 활동 계획은.

A. 이사회 진입 성공과 별개로 은행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 특히 자본 재배치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JB금융을 상대로 비공개 대화 등 지속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 JB금융이 해외 투자자 집중투표를 제한했던 점도 개선책을 유도하겠다. 해외 투자자 집중투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의결권 상임 대리인에게도 공문을 보내 해당 시스템 마련을 독려하겠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펀드레이징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곧 새로운 프로젝트를 보여드리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Q. 행동주의펀드의 질적 도약을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대목은.

A. 주요 주주로 이사회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결국 운용 규모에 기반한 지분율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국내 연기금에서도 행동주의펀드 출자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행동주의 생태계가 탄탄하게 자리 잡으면 중장기적으로는 연기금뿐 아니라 연기금 납입자도 혜택을 누린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대표적이다. 캘퍼스는 투자 기업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직접 경영에 간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으로 캘퍼스 이사회는 행동주의펀드 투자를 늘리는 데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중투표제 확대 실시도 갈급한 과제다. 아직 대부분 상장사가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다. 이 탓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려면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현 상법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만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 시 지배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다. 시행령을 개정해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 시 3% 룰이 적용되는 상장사 기준을 현행 자산 2조원에서 5000억원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으로 더 많은 상장사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돼 이사회 독립성이 개선되면 주주 권익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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